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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요리를 배워보자

엄마! 나 해냈어! 양배추 손질 편

여행가 J 2024. 11. 29. 02:49

내 인생의 첫 자취

엄마가 보고싶다...

뭐 먹고싶다고 하면 엄마가 뚝딱 만들어줘서 요리는 쉽고 금방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이리 오래걸리고 힘든지...

엄마는 정말 대단해...

 

엄마... 나보고 다 어른이라는데

나 어른되기 싫어...

그냥 엄마딸로 평생 애기하고 싶다...

평생 철없이 살고 엄마옆에서 쫑알쫑알 그러고싶다

 

회사도 무섭고

사람도 무섭고

내가 작아지는 순간순간들도 너무 무서워

 

그래도 양배추는 손질해볼게..

하나하나 알려줘

걸음마 배우듯이

한걸음씩 걷다가 

언제그랬냐는듯 뜀박질도 해볼게

 

4,480원

GS 더 프레시에서 포장 양배추를 사왔다..

본가에서 살 때는 야채를 내돈주고 산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혼자서 자취하게 되니까 야채를 내돈주고 산다...

 

야채도 사고 손질도 다 내가 해야해 

항상 냉장고 안 손질된 채소들만 봤었는데...

엄마 이거 어떻게 해...?

나 어른되기 싫어 ㅜㅜ

 

그래도 가서 제일 크고 튼튼한걸로 골랐다

장담하건데 거기서 제일 맛있는걸로 골라왔을 것!

  

 

왕커 진짜..

엄마가 바로 먹을 거 아니면 씻지말고 잘라서 랩으로 싸라고 했다

 

일단 양쪽을 댕강댕강 잘랐다.

자르는 느낌이 좋다.

저 심지 윗쪽에 있는건 나중에 삶아서 먹고

심지 주변에 있는건 잘라서 볶음밥 재료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옛날에 엄마가 요리하는거 옆에서 보면서

따라해보고 할 때는

아끼려고 안했는데

내돈주고 샀다고 생각하니까

심지가까이에 붙은 양배추들도 아까워서 

조금이라도 더 자르게된다.

 

난 너무 이기적인걸까?

엄마 난 모든게 당연한 줄 알았어

  

이건 요리하려고 바로 하나 잘라봤는데 생각보다 잘 짜른 것 같아서 찍었다.

엄마! 엄마 딸 그래도 잘 하고 있는거 같애 

걱정하지마!

 

 

짜잔

네모난 통에 있는건 나중에 볶음밥용이고 미리 씻어서 아래 키친타올까지 깔아서 넣어놨다.

그릇에 든 건 요리할것

위에 랩으로 싼건 나중에 먹으려고 안씻고 랩으로 쌌다.

 

바로 사진찍어서 엄마한테 보여줬더니

엄마가 칭찬해줬다.

 

아직 양배추밖에 안다듬었는데

벌써 양배추 하나로 엄마의 사랑을 배운다.

어른이 되면 언제나 씩씩하고 담대할 줄 알았는데

난 아직 애인것같아